무대에 서서 연주를 할 때는 어둠만이 보인다. 꽉 닫힌 세상 속에서 요시무네의 베이스와 미사토의 드럼소리를 길잡이 삼는 것이 전부다. 리프를 들어 현을 켜내 울리는 전자음. 자아내는 음의 방향을 따라 한 치의 빛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나아간다. 그러니 관중의 얼굴이 제대로 보일 턱이 없다. 그들을 인식하는 건 무대 시작 전이다. 그 어둠에서 문득 빛이 보일 때가 있다. 연주를 멈추지 않고 나는 시야에 스며드는 빛을 바라본다.
아사히다. 아사히가 그 곳에 있다. 나는 멍하니 그 빛을 바라본다. 아사히의 등이다. 힘껏 노래를 부르는 뒷모습이다. 아사히는 아낌없이 관중에게 퍼포먼스를 던지고 있다. 그의 눈에는 내가 보이지 않는 관중이 보이는 것일까. 무대의 어둠에 잠겨 있는 내게는 끝내 보이지 않는 세계다.
멍하니 그 빛을 좇다 보면 연주는 끝이 난다. 연주는 멈춘 적이 없다. 빛은 나를 이끌었다. 음악과 함께 나를. 이전에는 내가 이들을 이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것이 오만임을 깨닫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 뒤로 나는 이들을 두고 갈 생각은 한 적이 없다. 결국 나는 이들과 함께 가고 있었다. 함께인 것에 안온함을 느낀 것도 여러 번이다.
그러나 너는 눈이 부시다. 아사히. 내가 이 안온함에 몸을 맡기는 새, 너는 어느덧 빛이 되었다. 요시무네와 미사토는 동반자. 그러나 너는 우리보다 훨씬 앞에 서 있지. 네가 보는 세계는 우리가 보는 것과 같지 않아. 우리에겐 네가 보여. 하지만 네게는 무엇이 보이지?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것을 쫓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대에서 그를 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뭐가 보이냐고? 아사히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으음……. 역시 사람들이지. 우리들에게 환호를 지르는 사람들이 보여. 그 사람들 하나하나가 모두 반짝거려. 카즈마 군은 어떤 게 보여? 아사히가 되물었을 때 나는 곧바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대답하기 부끄러웠던 탓이다. 글쎄. 난 아무 것도 안 보여. 어설프게 거짓말을 하면 아사히는 의아한 눈을 한다. 그게 안 보일 수 있구나. 당연하지. 관중 같은 게 그 때의 내게 보일 리가 없다. 내게 보이는 건 어둠. 그리고 너의 빛이다. 나는 네 모습밖에 보이지 않아.
나는 차마 그렇게 대답할 수는 없었다.
1
“아사히 군, 있어?”
어느 날의 사무소에서, 사에 씨는 그렇게 요란스레 달려왔다. 목을 풀려던 아사히는 그녀의 부름에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 악기를 만지던 나를 포함한 다른 녀석들의 시선도 당연히 사에 씨에게 쏠린다.
“무슨 일이예요, 사에 씨?”
아사히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다가온 아사히의 어깨를 사에 씨가 붙잡으며 방방 뛰었다. 대체 무슨 일인데요? 의아해하는 아사히에게 사에 씨가 웃으며 말했다.
“A사에서 아사히 군에게 인터뷰 제의가 들어왔어!”
“A사요?”
“응! <주간 핫 뮤직>의 잡지사야.”
<주간 핫 뮤직>이라면 최근 떠오르는 음악 잡지다. 확실히 거기에 아사히가 나온다면 Fairy April에도 도움이 되긴 하겠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사에 씨를 보았다.
“잘 됐네! 아사히, 잘 하고 와야 해?”
미사토의 목소리가 들렸다. 요시무네는 옆에서 코를 훌쩍이고 있다.
“크윽. 나도 언젠가는 독점 인터뷰를 따낼 거야!”
“따내서 뭘 어쩌려고?”
“이 요시무네님의 매력을 예쁜 누님들에게 어필! 하는 거지.”
미사토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는다. 내 생각에도 요시무네의 턴이 오려면 좀 먼 것 같다. 나는 문득 아사히에게 시선을 돌렸다. 분명 기쁜 소식이건만 그의 얼굴은 어둡다.
“기쁘지 않아, 아사히 군?”
사에 씨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사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인터뷰 제의를 받은 건 기쁘지만…….”
“그럼 뭔가 문제라도 있어?”
사에 씨의 질문에 아사히는 옅은 숨을 한 번 뱉고 말한다.
“저 혼자 가야 하는 인터뷰인가, 싶어서요.”
나는 처음엔 그의 발화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건 미사토나 요시무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순간 얼어붙은 공기를 수습하려, 아사히는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그게. 기왕 할 거라면 Fairy April의 전원이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요. 저 혼자서는 그렇게 할 말이 많지 않고…….”
“으음. 그건 곤란한 걸. 꼭 아사히 군의 독점을 하고 싶다고 당부를 받아서 말이야. 다른 멤버들에게는 조금 미안하게 된 일이지만…….”
난처함을 감추지 못하는 사에를 보고, 나는 아사히에게 말했다.
“뭔 걱정을 해. 다녀오지 그래?”
아사히는 흠칫 놀라며 나를 보았다.
“카즈마 군은 괜찮은 거야?”
“널 지정한 거잖아. 네게 묻고 싶은 게 있나보지. 왜, 혼자라서 무섭냐?”
내 물음에 아사히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시선을 돌린 이의 표정은 이상하게도 시무룩하다. 보통은 기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Fairy April의 이름이 높아지면서 이런 종류의 인터뷰는 종종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분명히 늘어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아사히의 태도가 잘 이해가지 않았다. 아사히는 할 말이 있는지 입술을 우물댄다. 말을 하려다 마는 것을 자꾸만 반복한다. 한참을 망설이다 아사히는 어렵게 입을 뗀다.
“사실은 잘 모르겠어. 내가 거기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나나 요시무네나 미사토나 사에 씨나, 아사히가 꺼낸 말에 무슨 대답을 할지 모르는 것 같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침묵이 흐른다. 결국 그 침묵을 깬 것은 나다.
“인터뷰잖아. 기자가 묻는 말에 대답하면 되는 거 아니야?”
“그렇지만. 역시 모르겠어. Fairy April이 아닌 내가 어떤 말을 하는 게 좋을지.”
“그걸 우리가 생각해줘야 하는 문제냐?”
아. 나도 모르게 말이 퉁명스레 나왔다. 그러나 이미 나온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사히의 시선이 똑바로 나를 향한다. 물을 연상시키는 청회색 눈동자가 오직 나만을 담는다. 숨을 삼킨다. 젖은 눈동자가 내게서 멀어지지 않는다. 아사히는 말이 없다. 그러나 그 눈은 꽤 많은 말을 하고 있다. 나는 Fairy April이 아닌 내가 되고 싶지 않아.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나는 이해하고 말았다. 아니다. 너의 그 생각은 틀렸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너의 시선은 두렵다. 나는 그의 시선을 피하려고 고개를 돌렸다.
“잘 알고 있겠지만 그것도 네 기회야. 허튼 소리 하지 말고 다녀와.”
“카즈마 군…….”
그가 부르는 내 이름이 아프다.
“어차피 이건 필요한 과정이야. 넌 너를 더 갈고 닦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어렵게 고개를 돌려 나는 아사히에게 삿대질도 했다. 이러면 평범하게, 기분이 나쁜 나로 위장할 수 있겠지. 아사히는 나를 다시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카즈마 군의 말이 맞아. 너는 내게서 뭘 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납득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나는 크게 한숨을 쉬며 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오늘은 원 없이 기타를 쳐야겠다. 그 생각을 하던 내게 요시무네가 ‘어이, 카즈맛치. 오늘 기분 혹시 별로야?’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거든?”
저절로 나오는 예민한 소리에 요시무네가 비웃는다. 역시 기분이 나쁘네. 그러면서 연습이나 하자며 씨익 웃는 그를 보며 참 넉살도 좋은 녀석이라고 생각을 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