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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utnacht> 샘플 본문

S.Kiseki

<Brautnacht> 샘플

Talsoo 2015. 4. 16. 01:23



(실제 표지에선 빨간딱지가 붙어 나올 겁니다.... (의미없음))


5월 10일(일) 제 5회 케이크스퀘어 

섬의 궤적 피오케 <궤적island ~그 섬이 아닐텐데~>에 나올 예정인

유시마키 19금 소설 샘플입니다.


샘플은 추가로 갱신될 예정입니다.

사양은 확정되면 추가합니다.


A5 / 60P 예정 / 가격미정



*) Caution!


- 린알리 요소 있습니다.

- 유시스에게 개새끼적인 면모가 있습니다. 주의 바랍니다.

- 살짝 망하는 이야기 느낌 주의.


또 다른 샘플 -> http://kasanokiseki.tistory.com/19


비밀번호는 아래 사이트에 있는 도서의 ISBN 번호 끝의 4자리입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195343


--------------------------------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과 영원을 약속한다. 그것은 비단 축복을 받아야 할 일이다. 특히나 그 당사자들이 가까운 이들이라면. 그리고 같은 추억을 공유한 동료이고, 또한 친구라면.


 흑은의 강철도시, 루르. 오늘 이 도시에서 또 한 쌍의, 축복할만한 이들의 행복할 결혼식이 열릴 예정이다. 물론 이 결혼식이 통상의 것과는 그 궤도를 달리하는 것이기는 하다. 간단하게만 설명하면 제국 최고의 명성을 떨치고 있는 기업의 차기 회장과 제국의 영웅의 결혼식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구설수에 오를 화제였다. 하지만 오늘 결혼식에 참여하는 몇몇 이들에게는 가십거리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기나긴 삽질 끝에 마침내 골인. 그걸 옆에서 지켜보며 답답해하던 세월이 어느덧 8년이다. 이것에 대해 박수를 치지 않을 이들이 그들 중에 누가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그들, 토르즈 사관학교 특과 클래스 VII반의 구성원이었던 사람들은 오늘 결혼의 주인공들에게 아낌없는 축복을 전해 줄 요량이었다. 


 린 슈바르처와 알리사 라인폴트의 결혼식이 이루어질 곳은 의외로 수수하였다. 라인폴트 본사 내에 있는 연회장에서 소규모로 이루어질 것이라, 화려함을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다. 하지만 수수하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의외인 것이지, 연회장의 규모나 많이도 달려 있는 새하얀 장식들을 보고 있으면 과연 자본의 힘을 절로 실감하고 마는 것이다. 마침 옆에 보이던 테이블에 접힌 주름을 펼치면서, 마키아스 레그니츠는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는 스태프들의 모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럴싸한 검은 유니폼을 갖춰 입은 이들이 바삐 움직이는 것을 도우려 하여도, 이것은 자신들의 일이니 돕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수어 번이라 마키아스는 멍하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신랑이고 신부고, 아까 전에 만나고 온 상황이다. 지금 붙어 있어봐야 방해만 될 뿐이다. 안 그래도 아까 그것 때문에 쫓겨난 셈이다. 뭐, 괜찮겠지. 마키아스는 테이블 앞에 앉았다. 식이 진행되는 것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였다. 


 “정 나를 도와주고 싶으면, 나중에 박수라도 크게 쳐!”


 아까 들은 말이 생각났다. 신부에게 들은 말이었다. 그야말로 무능의 증명 아닌가 싶어 갑자기 열이 확 오르는 마키아스였지만, 현실로 냉정하게 따져 보고서는 고개를 끄덕인 채 시무룩한 얼굴을 하였다. 그렇다고 신랑 쪽으로 가 보자니 그 쪽도 마찬가지이다. “마키아스. 잠시 쉬고 있어.” 그 타이르던 말에 담긴 가시를 모를 리가 없는 그였다.


 나, 이렇게 무용지물이었던가?


 마침 지나가던 스태프가 따라 주던 와인을 한 잔 마시면서, 마키아스는 내심 설움을 달래고 있었다. 그러다가 곧, 준비가 마무리된 모양인지 다른 사람들도 각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마키아스가 있는 자리로 걸어와 앉았다. 곧 테이블 하나를 이들이 모두 둘러싸는 형태가 되었다.


 “혼자 그거 마시고 있었어?”


 아까 자신을 쫓아낸 원흉 중 하나였던 붉은 머리의 사내였다. 기억하던 풋풋한 모습은 간 데 없이 세련된 청년으로 자라난 사내, 엘리엇은 마키아스가 와인잔을 내리자 어깨를 툭툭 쳤다.


 “아까는 미안. 쫓아내려던 건 아니었어.”

 “거짓말 마. 누가 봐도 그거였잖아.”

 “본의는 아니었다. 대기실에 사람이 너무 많았으니.”


 엘리엇의 옆에 앉아 있던 건장한 사내, 가이우스가 말하였다. 가이우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마키아스의 시선에 각기 이야기를 풀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이 보였다. 시선을 한 바퀴 돌리며 그녀들의 모습을 스윽 둘러본 마키아스였으나, 곧 남은 자리 하나에 시선이 멈추었다.


 “어라, 유시스는?”


 마키아스는 옆에 있던 엘리엇에게 물었다. 비어 있는 자리의 주인은 여기에 없는 단 한 사람뿐일 것이다. 남은 VII반의 동료. 엘리엇은 그 말에 마키아스의 시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 아까까지 우리랑 같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디 갔지?”


 엘리엇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뭐야. 같이 있던 거 아니었어?”

 “응. 아까 나올 때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는데. 어디 간 거지?”


 엘리엇이 기억을 떠올리는 사이에, 그의 옆에 있던 가이우스가 말을 이었다.


 “유시스라면 아까 대기실 앞에 서 있는 걸 봤다만.”

 “아. 그래?”


 데리러 갈게. 절로 발이 움직이는 마키아스였다. 어차피 식 시작까지 아직 시간은 있다. 그렇기에 그가 아직 거기 있는 것일 테다. 그렇다고 해서 마키아스가 아는 유시스가 식전에 자리에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키아스가 부득불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데리러 가려고 함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 


 마키아스는 그가 있을 곳까지 걸어가면서, 아까 보았던 모습을 떠올렸다. 신랑을 위해 마련된 대기실에서 오늘 그를 처음 만났다. 유시스는 거기서 오늘의 주인공을 위해 옷의 매무새를 봐주고 있었다. 린은 남작 출신이었지만, 슈바르처 남작이 워낙 대외적인 것과 거리를 두고 살아온 인사인지라 의장이나 예의범절 같은 면에서 귀족의 기본만치는 가지고 있어도 그 이상은 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 린에게 도움을 주던 것이 유시스였다. 물론, 굳이 그렇게까지 형식을 추구할 필요는 없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다고 의사를 전했던 것은 린 자신이었다고. 이는 후에 마키아스가 전해들은 것이었다. 어찌 되었든 유시스는 그 곳에 있었다. 마지막 점검을 마친 뒤에 “됐다, 린.” 하면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그의 얼굴을 마키아스는 보았다. 무언가 이상하다. 라고 그 때 생각했다.

그 때의 느낌을 뭐라 표현하면 좋을까. 떠나보내는 느낌? 그래. 바로 그것이다. 마키아스는 제 안에서 멋대로 내리는 정의에 대해 생각하였다. 그러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다. 도대체 유시스는 무엇에게서 떠나보내는 것인가, 하는.


 그런 것에 대한 결론을 내릴 틈이 없이 마키아스는 그 자리에 도착해 있었다. 문이 닫힌 대기실. 그 앞에 서 있는 금발의 사내가 보였다. 가이우스의 말대로 거기에 그대로 있었다. 안에 분명히 사람이 있을 텐데. 사내는 그 문을 열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 제 푸른 눈동자를 문 앞에다 박아둔 채로 움직일 줄을 모른다. 마키아스는 그에게 다가서려다 멈칫하였다. 멀찍이서 보이던 유시스의 얼굴은 아까 마키아스가 보았던 그것과 거의 일치하는 것이었다.


 떠나보낸다. 무엇을?


 그걸 생각하니 마키아스는 숨이 막혀오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그 이유가 실은, 전혀 떠올리고 싶지 않아하던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막히는 숨을 삼키고서, 마키아스는 그 얼굴을 없애기로 다짐한다.


 “여기서 뭐 해, 유시스?”


 숨을 몰아쉬며 부른 이름에 그는 반응하였다. 유시스가 고개를 돌려 마키아스를 보았다. 물기가 서린 푸른 눈동자가 마키아스에게 꽂혔다. 


 “레그니츠였나.”

 “곧 시작이니까, 어서 돌아오라고.”


 마키아스의 말에 유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먼저 훌쩍 앞서서 걸어갔다. 이봐. 내가 무색해지잖아.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마키아스는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짧지는 않았던 걸음 속에서 그들의 대화는 없었다. 질식할 듯한 침묵만이 그들 사이에 어색하게 자리 잡고 있을 뿐이었다.


 식장 안에 들어설 때에, 마키아스는 그 앞에 쓰인 글씨를 차분히 읽는다. 신랑, 린 슈바르처. 신부, 알리사 라인폴트. 마키아스는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소중한 친구 둘을 축복하는 날이자, 소중했던 이와의 또 다른 추억을 가슴 속에 묻는 날임을.


 그리고 그것은 아마, 유시스도 마찬가지일 것임을.



 1



 짝짝. 우렁찬 박수 소리가 회장을 가득 메웠다. 가족들과 귀빈들이 모인, 축복받는 자리에서 마침내 신랑과 신부는 영원의 의식을 치르게 되었다. 많은 이들의 축복 아래에 새 부부는 기쁨의 키스를 나눈다. 그리고서 활짝 웃으며 회장 밖으로 나가는 이들을, VII반의 동료들은 모두 박수를 치면서 보내 주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라인폴트 사에서 준비된 일류 쉐프와 스탭들의 능수능란한 태세로 이루어진 코스 요리의 연속이었다. 연거푸 화려한 음식들의 연속이다. 


 ‘수수하게 했다더니.’


 완전히 사치잖아. 집에서는 거의 먹지 못할 음식들이라 마키아스는 음식이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눈이 휘둥그레지기 바빴다. 그런 모양새를 보고서 누군가는 한 마디를 할 법도 했는데, 그 한 마디를 해야 할 누구 씨가 계속 침묵을 고수한 채 음식만을 입에 넣고 있었다. 마키아스는 제 앞에 놓인 스테이크의 맛을 보다가, 유시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종일관 그는 고개를 들고 있지 않았다. 가려진 머리카락 너머로 무슨 눈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 너머를 어떻게든 보려, 멍을 때리다 보니 마키아스는 제가 포크를 씹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한참 뒤에야 으적으적 씹던 포크의 존재를 깨달은 마키아스가 그것을 테이블 위로 내려놓았다. 딱딱한 걸 무의식중에 씹고 있었더니 이가 어지간히도 아파, 입 쪽으로 살짝 손을 대고는 있었으나 마키아스는 계속 유시스에게서 눈을 떼고 있지 않았다. 그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식기만 몇 번 상하로 오고 갈 뿐이었다.


 "유시스."


 마키아스는 슬쩍 그를 불렀다. 대답이 없었다. 완전히 딴 세계에 가 있잖아. 마키아스는 한숨을 쉬고는 다시 그를 불렀다. 유시스. 그러자 그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불렀나?"

 "좋은 날에 무슨 딴 생각을 그리 많이 해."

 "……."


 그랬나. 라고 말하더니 더 이상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고서 다시 음식을 입에 대는 그의 모습이 어딘가 넋이 나간 모양이다. 마키아스는 거기에 대고 다른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걱정하는 거야?”


 그러던 중 옆에 엘리엇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누, 누가 저런 녀석을……!"


 마키아스가 당황하는 얼굴을 한다. 엘리엇은 그것을 보며 웃었다.


 "마키아스도 여전하다니까. 이상한 데에서 솔직하지를 못하고."

 "그, 그러니까. 그런 얘기가 아니란 말이다."

 "헤에. 아까부터 계속 유시스만 보고 있었잖아?"


 씨익 웃는 엘리엇이 묘하게 얄밉게 느껴지는 마키아스였다.


 “나도 걱정이긴 하네. 계속 기분이 안 좋아 보였으니까. 기쁜 날인데. 뭔가 좋지 않은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그렇게 묻는 엘리엇에게 다른 사유가 있노라고 차마 말할 수는 없었던 마키아스였다. 한껏 씹어댔어도 흔적 하나 남지 않은 포크를 보며 마키아스는 그 때 유시스의 얼굴을 떠올렸다.


 떠나보낸다. 무엇을?


 "물어봐야, 알려주지도 않겠지."


 흐음. 그런가? 하고 중얼거리는 엘리엇을 옆에 두고, 마키아스는 마지막 스테이크 조각을 입 안에 넣었다. 질 좋은 고기에 풍미를 살짝 더한 허브향. 스테이크는 정말이지 환상의 맛이었다. 그러나 마키아스의 신경은, 그걸 느낄 새도 없이 유시스를 향해 있었다. 이상하게 불안이 떠나지 않았다. 비단 그 얼굴을 보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어영부영 코스요리 시간은 끝이 나고, 연회장은 이제 무릇 파티 분위기였다. 음악이 흐르고 일부 사람들은 거기에 댄스를 더하는 분위기 속에서, 오늘의 주인공들은 이 테이블 저 테이블 다니랴 바쁜 모양새였다. 여기 테이블에 있던 이들도 다들 일어나서 제 볼일을 보러 가버린 새라, 마키아스가 멍하니 있다 정신을 퍼뜩 차리면 그 자리에는 그와 유시스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유시스가 이윽고 고개를 들었다. 무엇을 생각하였던 것인지 마키아스의 눈에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으나, 아까와 비슷하게, 물기가 어린 눈동자가 확 마주쳤다.


 "안 갔었나?"


 그렇게 묻는 유시스의 표정이 제법 멍청해 보였다. 마치 잠에서 막 깨어난 듯한 느낌이다. 본인도 그것을 느꼈는지, 잠시 고개를 돌리더니 표정을 가다듬고는 다시 마키아스 쪽을 보았다.


 "춤에는 영 취미가 없거든."

 "너답기는 하다만, 움직이는 편이 낫지 않겠나."


 그렇게 말하며 유시스는 마침 제 앞에 주어지는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굳이."


 너를 두고 갈 순 없잖냐. 라는 말을 굳이 더하지는 않는다. 유시스가 그것을 읽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었으나, 곧 그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남은 와인을 또 한 모금 마셨다. 마키아스는 그가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떤 말을 더해야 할까. 말라 죽을 것만 같은 침묵이 흐르는 데도, 그것을 깰 방법을 마키아스는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유시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어느 한 곳을 향한다. 마키아스도 그 쪽을 슬쩍 보았다. 시선의 끝에는 오늘의 주인공이 있었다. 금발 머리카락을 틀어 올리고서 예쁘게 화장을 한, 오늘 가장 아름다울 신부가 있고, 그 다음에는 난처한 웃음을 하면서 감사 인사를 받는 흑발의 신랑. 유시스의 시선은 린에게 꽂혀 있었다. 하얀 얼굴이 복잡한 색을 띤다. 근심에 빠진 듯 눈썹을 찌푸리다가도 지친 듯 눈썹 끝을 내리고서는 한숨을 살짝 쉬고 있었다. 아까처럼 물기 젖은 눈을 하고서, 제 쪽은 돌아보지도 않는 린에게서 시선을 일절 떼지 않았다. 그 분위기는 마키아스에겐 몹시도 익숙한 것이었고, 또한 외면하고 싶던 것이었다.


 ‘그’가 떠나보낸다. 무엇을?


 이미 답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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