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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해서 잠들지 못하는 밤에는 본문

S.Kiseki

쓸쓸해서 잠들지 못하는 밤에는

Talsoo 2015. 2. 28. 02:33


린->크로우. 섬궤2 네타 주의.

즐겨 듣는 노래가 암만 해도 너무 얘네같아서 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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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밤이었다.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새하얀 기숙사의 천장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침대 위에 누운 남자, 린 슈바르처는 천장을 향해 멍하니 시선을 놓지 않더니 갑자기 손을 확 뻗는다. 잠옷 소매 사이로 단단한 손목이 빠져나와, 뼈가 도드라진 손등이 그의 시선에 들어왔다. 마침 뻗은 쪽이 전등이라, 손가락 사이로 하얀 빛이 새어 들어왔다. 그걸 멍하니 바라보던 린은 제 손을 힘없이 내렸다. 그리고 그는 천장에서 시선을 돌려 창문을 보았다. 트리스타의 밤은 짙은 쪽빛이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밤하늘이 린에게는 익숙한 듯 익숙치 않았다. 사실 이 방도 그렇다. 분명히 린에게 주어진 방이었지만 마치 자기 것이 아닌 것 같은 낯선 느낌만 들었다. 


 린이 기억하는 밤하늘은 작년의 것이었다. 그가 1학년이자 특과 클래스 VII반이었던 시절, 오래된 건물의 방에서 칼을 휘두르다 보던 하늘이 원래 그가 알던 밤하늘이었다. 그러나 지금 린은 2학년이며 귀족 클래스인 I반 소속이었다. 그것을 망연히 생각하다 보면, 작년에 있었던 모든 일들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린은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것이 꿈일 리 없다. 


 꿈이라면 지금 자신이 이렇게 괴로울 이유가 없으니까.


 린은 다시 눈을 떴다. 여전히 낯선 밤하늘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슬슬 잠들어야 할 시간인데. 그가 시계를 보니 어느덧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잠은 오지 않았다. 린은 몸을 일으켰다. 차라리 칼이라도 휘두르면 조금 잠이 올까. 그럴 요량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제 무기를 꺼내려던 린은 창문 앞에 보이는 환각과도 같은 것에 그만 손을 멈추고 만다.


 또 왔네. 린은 말하였다. 환각의 대답은 없다. 린은 쓸쓸히 웃으며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러다 혹시나 싶어 다시 보면 그 자리엔 아무 것도 없었다. 하아. 린은 한숨을 쉬었다. 처음부터 없던 것임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에 자꾸만 기대를 걸고 마는 것이다.


 환각의 모습은 그리운 이였다. 금방이라도 제 앞에 나타나서 블레이드 한 판이나 하자며 카드 덱을 쥐어줄 것만 같은, 그러나 이제는 없는 이였다.


 손을 뻗어보나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다. 린은 시선을 내리깔며 제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 칼을 휘두를 만한 기운조차 나지 않았다. 베개에 머리가 닿고 나면 다시 또 새하얀 천장이었다. 조금 열린 창문 사이로 바람이 솔솔 들어왔다. 라이노 꽃이 피는 봄이었으니 바람도 선선하였다. 은연중에 들어오는 꽃향기에, 린은 지친듯 고개를 들었다. 창문을 닫아야지. 잠이 오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이는 그의 시선에 달빛도 보였다.


 - 이봐. 후배. 뭘 그리 멍하니 서 있어. 기운을 내야지.


 들리지 않을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뒤를 돌아도 아무도 없다. 린은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잠을 잘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바람조차 불지 않는 작은 기숙사 방 안은 너무도 쓸쓸했다. 린이 가지고 있던 추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작년에 함께 했던 이들 중에 지금까지도 이 학교에 남아 있는 이는 린 뿐이었다. 린 역시 이 곳을 떠날 수도 있기는 하였으나 떠날 수는 없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는 결국 이 학교를 졸업하지 못하였다. 그는 내전이 발발한 이후, 린을 배신하였다. 린의 적이 되었다. 그러나 린은 그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빼앗은 추억을 되찾고, 그 안에 다시 그를 되돌려 놓을 것이라 다짐하였다. 하지만 끝의 끝에서 그는 돌아오지 못하였다. 빼앗긴 추억을 찾을 수는 있었지만, 그 자리에 가장 돌아왔으면 했던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빈 자리는 어떻게 해도 채워지지 않았다. 린이 이 곳에 남은 이유는 그것 때문이었다. 자신의 신분 때문에 그와 같은 반이 되는 것까진 이루어지지 못하였지만, 하다못해 그가 미처 보내지 못하였던 세월을 자신의 눈으로 전부 보내리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역시 쓸쓸하였다. 정말로 이 시간을 보내야 할 이는 없으니까.


 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텁텁한 공기를 지나 그는 다시 침대 위에 누웠다. 침대 위에 누워, 들지도 않는 잠을 청하려 눈을 감았다. 차라리 꿈이라도 꾸면 만날 수 있을까. 그런 덧없는 생각을 하였다. 다만 그가 죽은 이후로 린은 꿈에서조차 그를 만날 수 없었다. 얼굴이라도 볼 수 있다면 외롭지 않을 것인데. 분명 항상 생각하고 있을 것인데 어째서 그 안에서조차 보이지 않는 것일까.


 아. 또 잠이 오지 않았다. 린은 눈을 떴다. 어쩌면 조금 있다, 잠이 오지 않는다면서 제 방에 노크를 하고 그가 나타날 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함께 별을 보았던 기억도 있다. 제3기숙사 건물의 옥상에서 함께 보았던 별. 그 때 머리를 쓰다듬던 그의 손길. 갑자기 너무도 많은 추억이 린의 몸을 훑고 지나가고 있었다.


 "크로우."


 아마 앞으로도 닿지 못할 이름을 린은 중얼거렸다. 저도 모르는 새에 꽉 쥔 침대 시트가 눈에 띄었다. 린의 뺨이 따뜻해지더니, 덮으려던 얇은 이불 위에 뚝뚝 떨어지는 무언가도 그는 보았다. 눈가가 따끔하였다. 그러나 흐르던 것은 멈출 줄을 몰랐다. 울지 않기로 다짐했는데. 하지만 한 번 터진 것은 멈출 줄을 모르고 있었다. 린은 흐르던 눈물을 닦았다. 닦아도 멈추지 않는 것을, 몇 번이고 닦아냈다. 오열이 터져나오려는 입술을 억지로 씹어내기도 하였다.


 왜 자꾸 떠오르고 마는 것일까. 떠올리면 이렇게나 그리워지고 마는 것을. 코를 훌쩍이며, 린은 결국 다시 자리에 누웠다. 여전히 새하얀 천장 위로 아련히 보이는 그의 모습이, 그의 웃음이 사무쳐, 결국 또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미안. 크로우."


 그저 한결같이 앞으로. 그러나 오늘만 조금 쉴게. 

 그러니 이런 나를 용서해 줘.





Theme: 寂しくて眠れない夜は - Ai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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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우가 린에게 상처인 것이 좋습니다.

전부를 바쳤기에 비로소 깊이 새겨진 상처로 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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