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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마키] 아침의 온기 본문

S.Kiseki

[유시마키] 아침의 온기

Talsoo 2015. 3. 8. 19:01





 그가 눈을 뜨고 나면, 막 떠오른 아침 햇살이 창문 너머에서 내리쬐고 있었다. 창문 하나를 거쳐 들어오는 빛임에도 꽤 눈이 부셔서 마키아스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로 연신 눈을 비비적대고 있었다. 찌뿌둥한 몸을 억지로 일으키고 나면 전신이 아파 오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자기가 있는 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조차 애매한 정신 상태로 마키아스는 흐릿한 시야 속에서 그의 안경을 찾아 손을 여기저기 뻗어댔다. 이윽고 안경 같은 물건이 잡혀서 그걸 제 앞으로 들고 온 마키아스는 정신없이 집느라 제 손가락이 남겼을 것이 분명한 안경 알 위의 지문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적당히 닦을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아쉬운 대로 그는 안경을 썼다. 흐릿하던 시야가 분명해졌다. 선명하게 남은 제 지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어느 화려하기 짝이 없는 방이었다. 전신이 찌푸둥한 것도 그렇고. 마키아스는 곧 그가 왜 여기서 일어나게 되었는지, 현재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깨달았다. 마키아스는 슬쩍 제가 누워 있던 침대의 옆을 보았다. 마키아스의 시선의 끝에는 편안한 얼굴로 잠들어 있는 금발의 사내가 있었다. 새하얀 피부와 단단한 팔. 그것만을 이불 밖으로 드러낸 채로 그는 달콤한 잠을 자고 있었다. 마키아스는 머리를 짚었다. 지금 잠도 잘 자는 이 사내가 간밤에 제게 한 짓이 떠올라버렸기 때문이리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잤다. 지금 이 순간도 믿기 힘들지만 그랬다. 마키아스는 곧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곧 바닥에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는 자신의 옷을 찾았다. 그것을 집으러 침대보 밖으로 몸을 뺀 마키아스는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제 알몸을 깨닫고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또 새삼스럽게 그것이 떠올랐다. 민망해진 마키아스가 잽싸게 제 속옷을 찾아 입고 나면, 방 안에 있던 거울 너머에 자신의 모습이 비쳐지는 것이 보였다.


 마키아스는 거울에 가까이 다가갔다. 상체에 남은 붉은 흔적들을 보고 그는 한숨을 쉬었다. 엉망진창이잖아. 저기 잠든 사내가 눈을 뜨면 반드시 따지리라 다짐한 마키아스는 곧 제 무채색 셔츠로 그것을 감싸버렸다. 피부 위에 무채색이 덮이면, 붉은 흔적 같은 것은 사라져서 보이지도 않게 된다. 셔츠에 바지까지. 옷을 완벽하게 다 걸쳐 입은 마키아스는 아까까지 자기가 누워 있던 침대 쪽을 흘끔 보았다. 새하얀 시트. 그리고 편안히 잠을 자고 있는 금발의 사내.


 "잘도 자는구만."


 이미 해가 거의 중천이건만. 이쯤 되면 깨워야 한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더 자게 둘까. 그렇게 생각하던 마키아스는 그가 누워 있었던 자리에 앉았다. 그의 엉덩이에 침대의 푹신한 감각이 느껴진다. 그렇게 앉은 채로 마키아스는 옆에서 잠을 자고 있는 사내, 유시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새하얗고 깔끔한 피부에 밀밭을 연상시키는 연한 금발. 이마 위에 착 가라앉아 있는 금빛 머리카락을 마키아스는 살짝 쓸어내렸다. 과연 귀족이라고 해야 할까. 손가락 끝에 닿는 머리카락의 결도 좋다. 지금쯤 사방팔방 뻗어 있을 자신의 머리카락과는 천지차이이다.


 "일어났나, 레그니츠……."


 그러고 있자니, 잠이 깬 듯한 유시스의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


 "앗. 내가 깨웠나?"


 마키아스가 흠칫 놀랐다.


 "아니. 네가 움직일 때부터 깨어는 있었다."


 잠에 잠긴 목소리로 유시스는 말하였다. 조금씩 뜨이는 그의 눈꺼풀에는 아직 잠이 내려앉아 있었다. 깨어야 한다는 자각은 있는 듯 하였으나 몸은 침대 위에 붙박이처럼 붙어 있는 유시스의 상태를 보며 마키아스는 결국 핏 웃고 만다. 마키아스는 잠이 덜 깬 유시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더 자도 되잖아?"


 마키아스가 말하였다. 유시스는 그의 쓰다듬을 받으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몇 시지?"


 마키아스가 근처에 있던 벽시계를 보았다.


 "10시 20분."

 "……."


 베개에 파묻힌 유시스의 눈이 스르륵 감기는 것이 보였다. 일정에는 여유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 유시스를 잠시 두기로 하고 마키아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고 하였다. 


 "뭐냐. 유시스."


 일어나려던 마키아스의 손목을 유시스가 덥썩 붙잡았다. 덕분에 일어나려던 마키아스는 다시 끌려 침대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우스운 꼴을 하게 만든 원흉을 돌아보며 마키아스는 물었다. 유시스의 대답은 없었다. 그러나 의도만큼은 분명하다.


 "나 참."


 어처구니가 없어 핏 웃고 마는 마키아스였지만, 제 손목을 끈질기게 붙잡고 놓아주지를 않는 상대를 뿌리칠 정도로 급한 용무가 없다는 걸 생각하고 아예 침대 위에 드러누워버렸다. 침대를 누르는 묵직한 무게감을 깨달은 모양인지, 유시스가 아까보다는 잠이 깬 듯한 눈으로 마키아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맑은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푸른 눈동자가, 그대로 마키아스의 시선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마키아스의 손 끝에 뭔가 닿는 감각이 느껴졌다. 아. 익숙한 입술의 감각이다. 마키아스의 귀끝이 빨개졌다.


 "그거 하지 말라니까."


 마키아스가 난처한 빛을 감추지 못하며 말하였다. 유시스는 묵묵부답이었다. 대신 마키아스를 가만히 보고 있을 뿐이었다. 제 손 너머에서 응시하는 푸른 눈. 마키아스는 입을 다물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림이 된다. 쥐고 있는 게 자신의 손이었으니 문제이지.


 그러는 사이 마키아스의 손가락 끝에 유시스의 혀가 살짝 닿았다 떨어진다. 얼굴이 새빨개진 마키아스의 반응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 그는 계속 마키아스의 손가락 끝을 간질였다. 그러면서 잠이 깨기라도 했던 모양인지 유시스는 스르륵 몸을 움직였다. 덮인 이불 사이에서 그의 흰 나체가 보였다. 그 때서야 마키아스는 그가 아침의 저와 같은 상태였을 것임을 깨달았다.

 

 "레그니츠."


 손가락 끝에서 제 입술을 떼어내며 유시스는 말하였다.


 "왜."


 마키아스가 대답하였다.


 "시간 있나?"


 어이어이. 설마. 순간적으로 떠오른 예감이 틀리길 바라며 마키아스는 어물쩍 대답했다.


 "뭐. 일단 휴가 내고 온 거라 시간이 없진 않다만……."

 "그런가. 잘 됐군."


 손목을 놓은 유시스가 마키아스에게 확 다가와 그의 목덜미를 붙잡는 것도 한 순간이었다. 누워 있던 마키아스는 속절없이 그의 맨 몸으로 푹 안겨 들어갔다. 어중간하기 짝이 없는 자세에서도, 유시스의 시선이 또렷하게 마키아스를 보고 있었다. 그 얼굴을 마주하는 마키아스는 저가 가지고 있던 예감이 맞았음을 깨달아야 했다.


 "마침 나도 시간이 좀 있어서 말이다. 어울려 줘야겠다."


 그 말을 마치며 다가오는 입술을 거부할 재간이 마키아스에게 있을 리가 없었다. 아. 망했다. 젠장.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마키아스의 손은 저도 모르게 유시스의 등을 향해 있었다. 손끝에 닿는 체온을 느끼고서야 비로소 꿈이 아님을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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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쓸 때가 됐다 싶어서 썼습니다.

개인적으로 손페티쉬 있다는 동인설정을 밀고 있었는데, 쓰게 되어서 좋습니다. 헤헤....


맨날 쓰는 건 좀 음울한 계열인 것 같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역시 얘네는 행복해졌으면 합니다.

원작이 좀 해줬으면....(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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