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Renaissance : 분점

[유시+마키] 아무 것도 아닌 복수 - 上 본문

S.Kiseki

[유시+마키] 아무 것도 아닌 복수 - 上

Talsoo 2015. 1. 31. 21:41



*) 애정은 일말도 안 보임 주의.



 


 "뭐 하자는 거냐!"


 유시스는 제 집무실에 들어오는 사람을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귀한 손님이라는 집사의 말을 믿었건만, 그 손님이랍시고 온 이는 귀하기는 커녕 달갑지도 않은 이였다. 도수가 높은 안경을 낀 이는 유시스의 얼굴을 보자마자 미간을 잔뜩 구겨가며 화를 내고 있었다. 유시스는 머리를 짚었다. 아직 아침이건만 앞의 남자는 어찌나 기운이 넘치는지 소리를 지르는 목청이 몹시도 크다. 나이를 먹으니 가끔씩 몸 약하던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인데 아직도 그리 기운이 넘치다니 부러울 지경이로군. 유시스는 그 말을 목구멍 안으로 다시 삼킨다. 


 "다짜고짜 와서 하는 말이라곤."

 "안하게 생겼냐!"


 또 한 번 소리를 지르더니, 그는 목에 뭔가 걸렸는지 몇 번 기침한다. 유시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픽 소리를 낸다. 손님, 마키아스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나서야 목이 진정되었는지, 아파오는 목을 붙잡고는 유시스를 바라보았다. 


 "나 참. 내가 분명히 너한테 무리하지 말라고 했잖아."


 유시스는 잠시, 그가 자신에게 화를 낼 만한 사안에 대해 생각하였다. 그러나 떠오르지 않았다. 애초에 마키아스가 저에게 화를 내는 것이 어떤 이유인지 유시스가 이해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처음 만난 이후로 수어 년이 지났다. 그러는 동안 마키아스는 언제나, 기회가 되면 유시스를 찾아왔다. 그러고서는 유시스가 보기엔 별 것도 아닌 이유로도 화를 내었다. 그러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무슨 소리를 들어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근본적으로 무언가 막힌 것처럼. 그리고 왜 그가 자신에게 이리 화를 내는지도 유시스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니 그는 그저 귀찮은 존재였다.


 "무슨 무리를 했다는 거지? 전혀 모르겠군."

 "또 그런다. 얼마 전에 평민회 의장님 찾아간 것 말이다. 상당히 고초를 겪었다면서."

 "뭔가 했더니 그건가."


 그 일이라면 마키아스의 귀에 들어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여러 가지 사건으로 인하여 최근 흔들리고 있는 귀족회에 쐐기라도 박으려는 듯, 기가 막힌 타이밍에 일부 귀족의 비리가 발견되었다. 그들을 귀족회에서 제명하는 것에는 귀족들 모두가 동의하였지만, 그들을 빌미로 평민회에서 내놓은 정책이 문제였다. 그들을 기회 삼아 어떻게든 귀족들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빤히 보이는 수작. 유시스는 그 앞에 맞섰을 뿐이다. 권리를 빼앗으려던 이들의 앞에서 당당히 맞서려 하였을 뿐이다.


 "나한테 말이라도 하지 그랬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마키아스가 말하였다. 걱정스럽다는 듯 반짝이는 눈빛을 거침없이 자신에게로 보내는 마키아스가, 유시스에게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유시스로서는 당연한 일을 하였다. 부조리에 맞서 싸웠다. 그 뿐이다. 그럼에도 그는 무리를 하였다는 명목으로 자신에게 화를 내었다. 그러지 말라고 한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애초에 그렇게 말하는 마키아스야말로 싸우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 덕분에 귀족회 측에서도 그의 악명 아닌 악명이 몹시 높은 실정이다.


 "네가 무슨 도움을 준다는 거지?"

 "제안한 그것 자체는 나도 좀 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단 말이야. 힘이 되어줄 수 있었어."

 "왜 그래야 하지?"


 당연히 도움을 줄 양으로 말을 꺼내는 이에게 유시스는 물었다. 마키아스가 깜짝 놀란다.


 "왜 그래야 하냐니. 그러면 너도 좋고……."

 "그러니까 왜 네가 나 좋은 일을 하냐는 거다."


 갑자기 공기가 무거워졌다. 마키아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난처한 빛을 감추지 못하고, 그의 시선이 왔다갔다 부산하게 움직였다. 그걸 보며 유시스는 한숨을 쉬었다. 매번 이런 식이었다. 원치도 않던 도움을 준다거나, 도와달라하지 그랬냐며 화를 내는 그에게, 왜 그래야 하냐 물으면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아마도 이 패턴대로라면 한참 뒤에 '동료니까. 라이벌이니까.' 같은 소리나 덧붙일 것이다.


 "그야. 너는 내 소중한 동료인 걸."


 것 보라지. 유시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런 시답잖은 대답이나 들으려 묻는 것이 아니다. 동료라는 유대감만으로 움직일 만한 인사가 아닌 이가 자기 일에는 너무도 간단히 움직이려 드는 것에 대해 '동료니까'라는 답은 도저히 아귀가 맞지 않는다. 마키아스가 그걸 모를 만치 멍청한 이가 아니라는 것도 유시스는 알고 있다. 사실 유시스는 마키아스의 진정한 이유를 안다. 모르지 않기에 그의 존재가 더욱 귀찮다. 사실 그가 주려는 도움은 도움 축에 속하지만, 굳이 절실하지는 않은 편에 가깝다. 없어도 그만인 도움. 그러나 그것을 자신에게 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는 성을 낸다. 어떻게든 그의 자리에 저를 끼워넣으려는 발악이라 유시스는 생각하였다. 그 정도로만 끝나면 좋으련만 마키아스는 그 다운 방식으로 매번 부딪혀온다. 포기조차 모르는 이의 어택을 흘려 보내는 것도 한두번이다. 


 "그럴 필요 없다."


 유시스는 말하였다. 받을 생각이 없는 호의는 거북할 뿐이다. 그것이 사실은 몹시 필요한 것일지라도.


 "그러니 괜히 어려운 걸음까지 해가며 열 올리지 마라."

 "이 자식은 기껏 걱정을 해 줘도……."

 "그러니까."


 유시스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갔다.


 "그런 쓸데없는 행위에 네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라는 거다."

 "쓸데없는?"


 그 말에 마키아스는 발끈하며 유시스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어느덧 그와 마키아스의 사이는 조금만 까딱해도 닿을 거리다.


 "그러니까 너는 지금 내가 하는 게 쓸데없는 짓이라는 거지?"

 "그래."

 "……."


 반박은 없었지만 마키아스의 미간은 잔뜩 구겨져 있었다. 유시스는 거기에 쐐기를 박으려 말을 마저 이었다. 


 "네 자기만족에 이용당하는 것도 이젠 한계다."

 "뭐라고?"


 잔뜩 격앙된 그의 목소리가 몹시도 거슬렸다.

 

 "못 들었나? 귀가 안 좋은 모양이로군."

 "못 들었겠냐! 어이가 없어서 그런다."


 마키아스가 버럭 성을 낸다.


 "자기만족이라고? 너란 놈은 걱정을 해 줘도!"

 "그걸 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 않나. 말이 안 통하는군."

 "아아. 그래?"


 하이톤으로 올라가는 마키아스의 목소리가 뒤틀렸다.


 "어디. 왜 그런지 이유나 들어 보자."

 "이유?"


 그래도 마키아스는 한 번 화를 누른 모양이었다. 하지만 유시스에게는 그마저도 거북했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건만 뭐가 그렇게 부족하여 자꾸만 자신의 옆에 있는가. 


 "무슨 이유 말이냐."

 "걱정하는게 귀찮은 이유 말이다."

 "어지간히도 말귀를 못 알아듣는 놈이로군."


 유시스는 지친 숨을 내쉬었다. 응접실의 공기가 갑갑했다.


 "네가 한다는 그 걱정은 나에게 그저 빚이다."


 갑갑한 공기에 숨이 막혀온다. 유시스가 꺼낸 말의 잔해에 마키아스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알겠나? 원치도 않은 호의는 그저 짐이고, 갚아야 할 의무에 지나지 않는다."

 "……."


 마키아스가 한 걸음 물러섰다. 그의 입술이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지금 그를 가득 메운 감정이 분노인지 아니면 다른 그 무언가인지 유시스가 알 길은 없었다.


 "이미 내가 지닌 의무는 무겁다. 더 이상 거기에 짐을 얹으려 하지 마라."

 "그래. 그렇단 말이지."


 눈가가 파르르 떨리는 마키아스의 얼굴은 기묘한 형상으로 망가져 있었다.


 "그럼 너한테 나는 뭐냐?"


 마키아스는 물었다. 그 말의 잔해가 유시스에게는 구토처럼 느껴졌다. 유시스는 눈썹을 찡그렸다. 그리고 말하였다.


 "아무 것도 아니다."


 마키아스의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후들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유시스는 그것을 외면하였다. 아무 것도 아니다. 그 말만큼 지금 현황을 정확히 설명하는 것은 없었다. 없어도 그만인 존재. 있더라 하여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존재. 그것이 지금의 그이다. 틀린 것은 없다. 유시스에게는 그가 필요 없었다. 그러니 어떤 것도 요구할 생각이 없었고, 어떤 것도 받을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 그저 거북하다. 감당치도 못할, 아무 것도 아닌 것의 감정을 받는 것이.


 "그럼 나더러 뭘 어쩌란 거냐."

 "질문조차도 어리석기 짝이 없군. 말하지 않았나. 너는 아무 것도 줄 필요 없다."


 마키아스의 눈에 실핏줄이 서는 것이 보였다. 유시스는 눈을 감았다.


 "나는 네게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다."


 선고와 같은 말을 뱉으며 그는 돌아섰다. 등밖에 보이지 않는 제 동료이자 친우의 앞에서 마키아스가 할 수 있는 일은 머리 끝까지 차오른 분노를, 갈 곳 없는 감정을 삭이는 것밖에 없었다. 파르르 떨리는 손을 다른 손으로 붙잡았다. 


 "좋아. 그렇게 하지."


 마키아스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하였다. 입술의 끝이 파들파들 떨린다.


 "다만 네 말을 듣는 건 이게 마지막이다."


 그 말을 하고 마키아스는 돌아섰다. 분노를 누르지 못한 발걸음이 쿵쾅쿵쾅 소리를 낸다. 그 때 유시스는 뒤를 돌았다. 마지막. 그 말이 너무나도 마음에 걸렸던 탓이다.


 "방금 그 말, 무슨 의미지?"


 유시스는 물었다. 성큼성큼 걷던 마키아스가 잠시 멈추더니 고개를 돌렸다. 안경에 잔뜩 달라붙은 물방울이며 촉촉한 눈가며, 파르르 떨리던 눈의 그는 기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였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의 말에, 뭐하러 의미를 부여하려 하나?"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다시 돌아서지 않았다. 무겁던 응접실의 공기는 마키아스가 나가기 무섭게 문 밖으로 끌려나가듯 사라져 있었다. 유시스는 심호흡을 하였다. 몹시도 편안한 기분이다. 목을 조르는 것 같던 답답함은 어느덧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상하게도 가슴이 답답하다. 아마, 감당하지 못할 것을 그 동안 끌고 왔기 때문에 탈이 난 것이리라. 긴장이 풀려서일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시끄러운 것을 보내고 난 알바레아 저택은 지나칠 정도로 고요하다.







----------------------------


망한 호모가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썼습니다


제 목적은 유시스를 나쁘게 만드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로지 망한 호모를 위해서입니다

마키아스를 괴롭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소재는 장편용이지만 쓸 기력이 부족합니다. 아마 다음편은 하편이겠져.


'S.Kiseki'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엘리마키] 친구가 다르게 보이던 때  (0) 2015.02.06
[유시+마키] 아무 것도 아닌 복수 - 下  (0) 2015.02.03
괴도 M의 기록 - 탄생  (0) 2015.01.09
[유시+마키] Sadly ever after - 下  (0) 2015.01.04
-  (0) 2015.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