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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마키] 제도(帝都)의 제야(除夜) 본문

S.Kiseki

[유시+마키] 제도(帝都)의 제야(除夜)

Talsoo 2014. 12. 31. 14:07

12월 서코 때 배포했던 배포본입니다.

마침 딱 12월 31일이네요. (이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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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냐.”

 “뭐가 말이냐.”


 12월 31일 저녁. 제도(帝都) 헤임달, 오스트 지구 주점 <갬지>. 주로 가난한 평민들이 거주하는 이 지구의 밤에는 일을 마치고 온 사람들이 각기 연말을 마무리하는 술 한 잔을 마시고자 하는 이들로 빽빽하였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어느 테이블 하나만큼은 그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녹지 못하고 묘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어느 테이블이고 하면, 아직 술집에 오기에는 조금 젊어 보이는 사내가 둘 앉은 테이블이었다. 삐죽거리는 청록빛 머리에 안경을 쓴 남자 한 명과, 척 봐도 이 자리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 품위를 지닌 금발의 남자 한 명. 안경을 쓴 남자 쪽은 어딘가 불만인 듯 눈썹을 찡그리고 있었다.


 “왜 네가 여기 있냐는 거지.”


 안경을 쓴 남자는 곧 말하였다. 


 “내가 여기 있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인가, 레그니츠?”


 금발의 남자 쪽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반문하였다.


 “그야 당연히 이상하지!”


 레그니츠라 불린 남자 쪽은 버럭 소리쳤다. 누군가 쳐다볼 법도 하지만 워낙 시끄러운 분위기라 그의 목소리는 곧 묻혔다. 레그니츠라 불린 사내, 마키아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을 하며 말을 이었다.


 “원래라면 너는 바레아하트에 있어야 하니까!”

 “증세 때문에 볼 일이 있어 영주대리로서 잠시 왔다만.”


 금발의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의 말을 받았다.


 “그럼 볼 일만 마치고 갈 것이지.”


 그 말에 마키아스는 갑자기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말하였다. 아무래도 더 이상 맞설 명분이 없다고 판단한 듯 보였다. 금발의 사내, 유시스는 마키아스를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기왕 제도까지 온 김에 나한테 이길 생각 밖에 없는 놈의 얼굴을 보고 우위를 확실히 해주려는 의도였다만?”

 “뭐야? 그럼 승부해주랴? 오늘은 주량으로?”


 마키아스의 목소리가 또 커졌다. 유시스는 그것을 보더니 픽 웃는다.


 “흥. 네가 나에게 상대가 될 수 있겠나? 몇 잔 마시고 뻗어버린 게 바로 얼마 전이다.”

 “그, 그건…. 그 때는 멀리서 왔잖아! 늘 거기 있던 너랑 상태가 같냐!”

 “아무튼 이미 승부가 난 부분이다. 뭐. 헤롱헤롱대며 나에게 말 못할 헛소리를 하고 싶다면야 말릴 생각은 없다.”

 “저게 정말…….”


 마키아스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그의 말에 틀림은 없었기에 그는 그저 바들바들 떠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유시스는 마키아스를 보며 고개를 살랑살랑 젓는다.


 “기왕 이리 대작하고 있으니, 어서 마시도록. 이럴 때의 술은 각별하다.”

 “웬일로 너답지 않은 말을 다 하냐. 동감하는 바이지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두 사람은 잔을 부딪치고 바로 한 잔을 비워낸다. 그 때 마키아스가 뭔가 떠오른 듯 말하였다. 


 “참. 엘리엇은 만나고 왔어?”


 마키아스가 물었다. 유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일 끝난 뒤로 길에서 잠깐 만났다. 바빠 보이더군.”

 “그럴 거다. 그 녀석 연주회가 있으니까.”

 “오늘 하는 거라 하더군.”

 “응. 연말을 보내는 겸인지라 아마 11시 정도에 광장에서 할 거다. 보러 갈 거냐?”


 마키아스가 물었다.


 “흐음. 생각해 보지.”

 “이보세요. 보통 이럴 땐 간다고 해야 되는 거야.”


 유시스의 대답에 마키아스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어째서지?”


 유시스가 반문하였다. 그러자 마키아스의 얼굴에 당황이 비쳤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던 탓이다.


 “어째서라니. 친구의 공연이잖아.”

 “엘리엇에게 응원은 아까 만나서 충분히 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너를 만나고 있지 않나. 레그니츠.”

 “어. 그렇지.”

 “그렇다면 여기 있는 사람을 우선으로 해야 하지 않나?”

 “…….”


 마키아스는 반박할 말을 찾았으나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럴 법도 했다. 유시스의 말은 ‘지금 너를 만나고 있으니 남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겠다.’ 라는 뜻이지 않은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 유시스라니. 마키아스는 적응이 되지 않아 어떤 식으로 나가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이 녀석이 이런 적이 있었던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래도 역시…….”

 “레그니츠.”


 유시스는 말했다.

 

“내게 시간 낭비를 하게 하지 마라.”


 유시스의 눈빛은 단호했다. 마키아스는 입 밖으로 나오려던 말을 삼켰다.


 “아니면 너는 나와 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내키지 않은가? 그런 거라면 미리미리 말을 하도록.”

 “그런 뜻이 아니잖아, 멍청아!”


 결국 마키아스는 또 성을 내고 만다. 그는 유시스가 지닌 생각의 회로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혼자서 저 멀리 떠나 있는 것 같은 감각은 쉬이 적응이 되지 않는다.


 “친구잖아! 응원하러 갈 수 있다면 가야지! 너한테는 그 정도 의리도 없냐!”

 “그러니까 말했지 않나. 응원은 아까 해 주었다고.”


 유시스의 반응에 마키아스는 답답하다는 듯 테이블을 쾅 쳤다.


 “그래도 직접 가는 거랑 같냐고!”

 

 마키아스의 모습을 보며 유시스는 의아하다는 얼굴이었다. 그 모양새에 마키아스의 속은 더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 때 유시스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역으로 묻지. 내가 왜 여기에 있는 널 두고 그 쪽으로 응원을 가야 하는 거지?”

 “엑.”


 유시스의 물음에 대답하려던 마키아스의 얼굴이 갑자기 무너졌다. 마키아스는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무언가 중대한 오해가 있다는 결론에 이렀다. 


 “잠깐만, 유시스. 혼자 가다니?”

 “그런 의도로 물어본 것이 아닌가?”


 그 때서야 유시스도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마키아스는 곧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 아니. 내가 왜 너더러 혼자 엘리엇한테 가라 그러겠어. 당연히 같이 가자는 거지.”

 “…….”

 “나는 당연히 갈 생각이어서 물어본 거였는데.”


 마키아스는 순간 머쓱해져서 볼을 긁적였다. 유시스 역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다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어처구니가 없군.”

 “동감이다. 아저씨. 여기 맥주 둘이요.”


 맥주를 추가로 주문하고 마키아스는 고개를 푹 숙였다. 영 시답잖은 오해로 열을 올린 것이 부끄럽고 민망하였기 때문이라. 유시스는 그런 마키아스를 보면서 “흥.”하고 혀를 찼다. 그러는 동안 맥주 두 잔이 새로 테이블에 올라왔다. 머쓱해진 두 사람은 그저 맥주만 들이킬 뿐이었다.


 “그래서. 갈 테냐.”


 먼저 입을 연 것은 마키아스였다.

 

 “어쩔 수 없군.”


 유시스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그걸 보며 마키아스는 왠지 또 속은 느낌이 들어 한숨을 쉬었다. 분명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이렇게 되면 저를 떠보려 일부러 그런 건가 생각이 드는 마키아스였다.


 “너. 가만 보니 어차피 갈 생각이었네.”


 유시스는 굳이 부정하지 않는다. 마키아스는 알겠다는 듯 숨을 내쉬었다. 


 “이거 다 마시면 가도록 하자. 광장이라 사람이 많을 테니.”

 “그러지.”


 유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둘은 잔을 부딪쳤다. 그리고 남은 맥주를 순식간에 비웠다. 시원한 맥주 몇 잔으로 체온과 함께 취기가 오른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렇게 생각한 둘은 계산을 끝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시끌벅적한 주점을 빠져나갔다. 


 주점 바깥 역시 연말을 보내려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아. 여기는 원래 이래. 라고 말하며 마키아스는 아무렇지 않게 유시스를 데리고 오스트 지구의 골목을 걸었다. 뭐. 애초에 본인의 동네이니 가는 길에 거침이 없음은 당연한지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유시스는 그저 마키아스가 이끄는 손을 따라 걸을 뿐이었다. 


 복잡한 골목 몇 개를 지나 도력 열차 정류장 앞에 선 마키아스는 그대로 유시스를 이끌고 도력 열차를 탔다. 광장 행 열차 안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럴 법도 하였다. 광장에서는 연말을 기념하는 행사가 이루어질 예정이었으니까. 엘리엇의 공연 역시 그것의 연장선이었다. 유시스는 이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사람들 사이에 한참 끼어 있다는 건, 그로서는 조금 상상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으니까. 그것을 마키아스한테 이야기하려 한다면 보나마나 ‘귀족이었으니, 그럴 법도 하지.’같은 소리나 들을 것 같아 유시스는 말을 꺼내려다 그만두었다. 


 이윽고 도력 열차가 광장 앞 정류장에 멈춰 섰다.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내리기 시작하였다. 


 “가자. 유시스.”


 그렇게 말을 하며, 마키아스는 그를 이끌고 대량의 인파 사이를 뚫으며열차에서 내렸다. 그렇다고 열차에서 내려서 끝도 아니었다.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무섭게 몰아치는 인파에 유시스는 당황스럽다 못해 머리가 아파 올 지경이었다. 그와 동시에 얼굴도 후끈거렸다. 이게 추워서인지 취기가 올라와서인지 분간조차 가지 않았다.


 “괜찮아?”


 그런 유시스의 얼굴 변화를 본 것인지 마키아스는 물었다.


 “괜찮다.”


 유시스는 대답하였다.


 “안 괜찮아 보이는데. 취해서 그런가?”


 그러면서 마키아스는 추위로 인해 빨개진 손으로 유시스의 볼을 살짝 만졌다. 볼에 시원한 것이 닿았다. 


 “얼굴이 뜨겁네. 취해서 그런가.”


 아까까지 티격태격했던 거는 홀랑 까먹은 모양인지 마키아스는 곧바로 걱정하는 얼굴을 하였다. 그 얼굴을 본 유시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마키아스의 손을 떼어냈다. 괜찮다. 그 한 마디를 더하며 유시스는 가자는 걸음을 재촉하였다. 


 “갑자기 왜 이런대.”


 그럼에도 마키아스는 그를 굳이 만류할 생각은 없었다. 자기를 이끌고 앞장서는 유시스의 뒤에, 보이지 않도록 마키아스는 살짝 웃었다. 그러다 유시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무슨 일이야. 라고 물으려던 마키아스였지만 곧 그럴 필요가 없음을 깨닫고 있었다. 


 시간에 딱 맞춰 오긴 했던 모양이다. 엘리엇의 연주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가 연습할 때 지겹게도 듣던 음이다. 못 알아들을 리가 없는 그의 것이었다. 


 “시작해버렸군.”


 유시스가 말하였다. 


 “그러게. 조금 더 앞으로 가서 봐주고 싶었는데.”

 “여기서도 어느 정도는 보인다. 괜찮겠지.”

 “엘리엇이 보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멈춰선 마키아스는 멀찍이 보이는 엘리엇의 무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나저나 언제 들어도 참 대단하단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는 마키아스를, 유시스는 가만히 보았다. 묘하게 뿌듯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흐음.”


 뭔가 묘한 기분이 드는 유시스였다. 하지만 일단 지금은 엘리엇 쪽에 집중을 하기로 하고 유시스 역시 고개를 돌렸다. 물론 그를 잡고 있는 손은 놓고 있지 않은 채로. 


 몇 개의 곡이 이어지고 곧 연주는 마무리가 되었다. 연주자들은 박수 갈채를 받으며 광장 사람들에게 인사하였다. 그러던 와중에 엘리엇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정확하게 마키아스와 유시스가 있는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보였던 것인가. 마키아스는 활짝 웃으며 손을 마주 흔들었다. 유시스는 어색하게 손을 들어 흔들었다. 그럼에도 엘리엇은 만족한 듯 활짝 웃으며 마무리 인사를 하였다. 


 엘리엇 등의 연주자들이 무대를 벗어났다. 그리고 곧 종소리가 들렸다. 제야를 알리는 소리였다. 웅장하게 울리는 그 종소리를 사람들은 멍한 얼굴로 듣고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마키아스가 유시스를 보며 말하였다. 


 “나 참. 어쩌다 이리 된 건지.”

 “뭐가 말이냐.”


 갑자기 지친 듯 푹 한숨을 쉬는 마키아스에게 유시스는 물었다.


 “뭐긴 뭐야. 너랑 같이 연말을 보내게 되는 거 말이지.”

 “…….”


 유시스의 대답이 없자, 마키아스는 다시 시선을 돌려 광장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 너머에는 드라이켈스 황제의 동상이 있었다. 유시스 역시 그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뭐가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마워. 유시스.”


 마키아스가 무어라 이야기를 한 것도 같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종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12월 31일은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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